“독일전은 싫은 소리 안 해도 돼서 행복했어요”
2019-08-28

ㆍ월드컵 중계로 주목 받은 KBS 이영표 해설위원ㆍ경기 12시간 지났지만 쉰 목소리로 “잘했을 땐 아낌없는 칭찬을”ㆍ“축구는 ‘감동’을 주는 종목”…축구협회엔 ‘움직이라’ 쓴소리도KBS 이광용 캐스터(왼쪽)와 이영표 해설위원이 지난 20일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포르투갈-모로코전에 앞서 중계 오프닝을 함께하고 있다. KBS 제공경기가 끝난 지 12시간이 흘렀지만 수화기 너머 목소리는 잔뜩 갈라져 있었다. 28일 새벽 끝난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한국-독일전 막판 “누굽니까”, “대한민국입니다”, “누굽니까”, “대한민국입니다”를 목이 터져라 주고받은 때문이었다. 후반 인저리 타임, 김영권의 골이 나왔고, 손흥민의 추가골이 나오자 KBS 이영표 해설위원(41)은 “엄청난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라고 목을 짜냈다. 파트너를 이룬 이광용 캐스터(43)와 함께 한국 축구 또 하나의 역사적인 경기 결과를 외치고 또 외쳤다.러시아 카잔에서 모스크바로 이동한 직후 현지시간 28일 아침 통화가 이뤄졌다. 이-이 콤비는 여전히 쉰 목소리로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고 말했다.방송 3사의 러시아 월드컵 중계 시청률 1위는 KBS의 이-이 콤비의 몫이었다. 이날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27일) 밤 11시부터 다음날(28일) 새벽 1시20분까지 지상파 방송 3사가 생중계한 한국-독일전 시청률 합계는 41.6%였다. 채널별로는 KBS 2TV 15.8%, MBC TV 15.0%, SBS TV 10.8%로 집계됐다. 이영표 해설위원이 이광용 캐스터와 안정된 호흡으로 중계한 KBS 2TV가 1위를 차지했다.앞서 펼쳐진 한국-스웨덴전, 한국-멕시코전 시청률에서도 지상파 3사 중 KBS 2TV가 가장 높았다.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맞수로 나선 MBC의 안정환, SBS의 박지성 해설위원을 따돌리고 이영표 해설위원이 ‘3전3승’을 올린 것이다.이영표 해설위원은 “팬들이 원하는 중계는 여러가지가 있고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축구는 승패가 아니라 ‘감동’을 주는 종목이다. 정보를 잘 전달하고 축구 자체에 집중하고, 솔직한 감동을 전해주자는 생각으로 중계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광용 캐스터는 “이른바 ‘국뽕’(지나친 애국주의)이라고 불리는 부분에 조심하려고 노력했다”면서 “이영표 위원과 함께 지나치게 대표팀을 감싸는 걸 경계했고, 심판 판정에 대해서도 최대한 객관적이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 캐스터는 “그래도 독일전 심판 판정은 조금 좋지 않더라”라며 웃었다.독일전 2-0 승리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던 결과였다. 이 위원은 “솔직히 (승리)가능성도 있었지만 의심이 더 컸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평소 ‘쓴소리’의 아이콘으로 평가받는다. 이 위원은 “독일전은 하기 싫은 소리 안 해도 돼서, 경기 내내 좋은 얘기만 할 수 있어서 행복했던 중계”라고 웃었다. 그래도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이 위원은 “우리는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한 답을 모두 알고 있다. 좋은 선수가 K리그를 통해 많이 나와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좋은 지도자가 필요하다. 좋은 지도자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시스템과 프로그램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만드는 것은 협회의 행정력이다. 진정한 앎이란, 아느냐 모르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라고 단호한 목소리를 냈다.독일전 막판 김영권의 골이 나오자 이 위원은 “5년짜리, 아니 평생 ‘까방권’(까임 방지권·비난받지 않을 권리) 줘야 합니다”라고 외쳤다. 평소 중계 때 좀처럼 쓰지 않는 ‘은어’를 동원했다. 이 위원은 “오케이, 못했을 때 비난받는 것은 맞다. 희생양을 찾는 건 이미 사회 현상이다”라면서도 “잘했을 때는 아낌없는 칭찬해주면 좋겠다. 축구는 실망도 주지만, 독일전처럼 희망과 용기를 주는 종목이니까”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 [인기 무료만화 보기]©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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